이구락 시인의 시는 맑다. 삶을 순화시키는 힘이 있다. 시인은 현실에서 만나는 풍경을 담담한 언어로 써 내려가는데, 오직 풍경의 전달자의 모습으로 써내려간다. 그의 표현대로, 누가 불러주기라도 하듯, 풍경이 그에게로 왔고, 그는 그 풍경을 받아 적는다. 시인이 자신에게 온 풍경을 받아 적는 동안 하나의 길이 생긴다. 그 길은 그의 내면으로 이어진다. 객관적인 묘사만으로도 이구락 시인의 시는 ...
2010년 《문학동네》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신규 시인의 첫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 “목숨 같은 말들을 오래 닦”(이은지, 해설)아 묶은 이 시집에서 시인은 주변의 모든 것이 변모하는 가운데 죽어도 죽지 않는 삶의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가장 아름다운 것에서 가장 슬픈 것을 건져내는 탁월함을 발휘한다.
대를 이은 농부 시인의 첫 서정시집 『아버지의 꽃말』. 아버지가 일구었던 밭을 다시 아들이 갈아엎으면서 ‘아버지와 내가 주고받는 말이 왜 꽃말이어야 하는지/ 몇 년 밭을 갈고 나서 알았다’고 아들은 이 시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진정성 있게 토로한다. 사람과 흙을 통해서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서정시가 대를 이은 농부 시인의 가슴에서 씌어진 것이다. 자연 속에서 흙 속에서 땀 흘리며 ...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공연과 방송에서 남다른 개그 철학을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유병재의 농담집 『블랙코미디』. 지난 3년 간 저축하듯 모은 에세이와 우화, 아이디어 노트, 미공개 글 138편을 모아 엮은 저자의 첫 책으로, 누구나 겪었을 법하고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던 일상 속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유병재식 블랙코미디를 만나볼 수 있다.모두 4장으로 나누어 웃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와 인연 깊은 작가들의 합동 산문집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가 [푸른사상 산문선 19]로 출간되었다. 인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불변하면서도 영원토록 새로운 주제일 ‘사랑’에 대하여 도란도란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각은 서예와 조각, 회화와 구성을 포괄하는 종합예술이다. 돌 하나하나의 구성과 포치도 그렇지만, 그 행각에 담겨 있는 옛사람의 숨결이 뜨겁기만 하다. 돌 위에 새겨진 옛사람들의 생각을 따라 읽다가 어느새 나는 지금 여기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 획 한 획 칼날이 지나간 자리에 간난艱難과 고민의 한 시절을 살았던 선인들의 열정과 애환이 담겨 있다.
본 시집의 말미에 첨부된 ‘미니 시론’에서 시인은 “현실과 시는 한 인간에게 있어서 몸과 마음에 비유될 수 있다. 즉 시가 없는 현실은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 마음이 없는 몸과 같다는 말이다. 마음이 없는 몸만으로서의 인간에게는 이상(理想)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지향하는 방향도 없다. …… 또한 현실이 없는 시도 불완전하다. 20세기 초부터 유행했던 초현실주의를 비롯하여 추상적인 표...
누구에게나 중년은 찾아온다. 짧든 길든 갱년기도 맞이한다. 중년이 되면 열심히 살아온 결과물로 뭔가 내놓을만한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느 날 뒤돌아보면 별것도 없다.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게 아닌가 허무함이 찾아오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중년을 거쳐 가는 이들 대부분이 이런 평범한 생각을 거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남들에게는 평범하고 별것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