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데미안』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 때부터 청년이 되기까지 내면의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미 소설가로 유명했던 헤르만 헤세가 가명으로 출간했던 이 작품은 1차 대전이 막 끝난 당시 젊은이들의 피폐해진 영혼에 큰 공감과 감동을 주었다. 헤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내면을 깊이 탐구한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부모의 보호 속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던 싱클레어는 집 밖의 어두운 세계를 인식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어두운 세계의 아이인 프란츠 크로머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고, 막스 데미안이라는 새로운 전학생이 싱클레어를 도와줘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후 가까운 사이가 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여태껏 당연하다고 여겨 온 것들에 의문을 던지며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 주고, 싱클레어는 ‘자기 자신에 이르는 길’에 오르게 되는데…….
작가 소개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주의 소도시 칼프의 신학자 가문에서 태어났다. 집안의 영향으로 1980년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다음 해에 신학교에 들어갔지만 이내 뛰쳐나온다. 이후 자살 시도를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퇴원 후 다시 들어간 일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런 자신의 유년 시절을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에서 헤세가 자세히 그려 내기도 했다. 학교에서 나와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갔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Romantische Lieder』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1904년 『페터 카멘친트Peter Camenzind』를 발표하며 소설가로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11년 스위스로 이주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 간다. 1·2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저서가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하는 등 조국 독일로부터 탄압받기도 했다.1차 대전 직후인 1919년, 이미 소설가로 명망을 얻은 헤세는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데미안Demian』을 발표했다. 『데미안』은 출간 직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독일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폰타네상 수상자로 지목되기도 했다.대표작으로는 『수레바퀴 아래서』, 『크눌프Knulp』, 『싯다르타Siddhartha』, 『황야의 이리Der Steppenwolf』, 『나르치스와 골드문트Narziß und Goldmund』, 『유리알 유희Das Glasperlenspiel』 등이 있다. 1946년 노벨 문학상을, 1955년에는 독일 서적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1962년 스위스 루가노 몬타뇰라에서 숨을 거뒀다. 헤세는 가장 유명한 20세기 독일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목차
1장 두 세계
2장 카인
3장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
4장 베아트리체
5장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6장 야곱의 씨름
7장 에바 부인
8장 끝의 시작
책 속에서
모든 사람의 삶은 각자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다. 그 길을 가려는 시도이며 좁은 길로의 암시다. 일찍이 그 누구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었던 적은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렇게 되기 위해 애쓴다. (p9)
지금까지 이야기한 나의 모든 체험 중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고도 오랫동안 남았다. 아버지의 거룩함에 나타난 최초의 균열이었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떠받치던, 그리고 누구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넘어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기둥에 베인 최초의 자국이었다. 운명의 내밀하고 본질적인 선線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균열과 베인 자국은 다시 덮이고 아물고 잊혀지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 안에 계속 살아남아 피를 흘린다. (p33)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것들은 분명 진실이고 옳지만 선생님의 설명과 다르게 볼 수도 있어. 그러면 대개 훨씬 나은 의미를 갖게 되지. (p52)
이제 나는 안다.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달갑지 않은 일은 없다는 것을! (p79~80)
가정교육을 잘 받은 집안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자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서툴렀다.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의 요구가 주변 세계와 가장 격렬하게 부딪히는 지점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장 혹독하게 쟁취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이때 생애에 단 한 번 숙명적인 죽음과 재탄생을 경험한다. 유년 시절이 허물어지고 천천히 붕괴되고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곁을 떠나며 갑자기 자신을 둘러싼 우주의 치명적인 냉기와 고독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낭떠러지에 영원히 매달려 있고, 평생 동안 고통스럽게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그리고 모든 꿈 중에서 가장 나쁘고 치명적인 꿈인 잃어버린 낙원의 꿈에 매달린다. (p85)
혹시 내가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적지 않았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일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나도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조금 더 부지런히 노력하면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삼각법 문제도 풀 수 있었으며 화학 분석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은 못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내 안의 어둠 속에 숨겨진 목표를 끄집어내서 내 앞에 그릴 수가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그것을 이루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이점들이 있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만, 내가 그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어쩌면 나는 찾고 또 찾고 수년 동안 찾아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어떤 목표에도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나는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악하고 위험하고 끔찍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그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대로 살아가고자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p163~164)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p156)
깨달은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오직 단 한 가지뿐이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 안에서 확고해지고, 어디로 향하든지 자기만의 길을 찾아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나를 깊이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내 경험을 통해 얻은 열매였다. (p218~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