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화제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원작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라라 진』. 한국계 미국인 열여섯 살 소녀 라라 진의 유쾌한 연애소동과 가족애, 성장을 그린 훌륭한 하이틴 소설로 감정의 격랑을 겪고 있는 10대들은 물론 그 시기를 겪은 모든 성인 독자들에게도 청소년기의 추억을 소환하고, 죽었던 연애세포까지 되살려줄 작품이다. 독서와 베이킹을 좋아하는, 학교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소녀 라라 진에게는 보내지 않을 연애편지를 쓰는 버릇이 있다. 로맨스에 대한 환상은 풍부하면서도 실제로 사랑을 시작하기에는 겁이 많은 그녀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도 짝사랑만 실컷 하다가,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으로 편지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써내려가며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혼자만 고이 간직하던 연애편지들이 모조리 발송돼버렸다. 다섯 통이나! 가장 큰 문제는 언니의 전 남자친구 조시도 그 편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라라 진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서로 의지하며 버텨온,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인 언니에게 절대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언니의 남자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좋아했고, 지금도 남몰래 사랑하고 있는 조시에게도 진심을 들키고 싶지 않긴 마찬가지다. 대체 이를 어떡해야 할까?
작가 소개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 뉴 스쿨(New School)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슈그Shug》,《내가 예뻐진 그 여름The summer I turned pretty》시리즈,《클라라 리와 애플파이 드림Clara Lee and The apple pie dream》의 저자이며, 시오반 비비안(Siobhan Vivian)과 함께 《Burn for burn》 3부작을 썼다.
목차
프롤로그 --------- 007
1장~72장 -------- 009
감사의 말 -------- 413
작가의 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배경도 미국이고 순전히 미국적인 이야기이지만, 제게는 라라 진이 가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했습니다. 라라 진의 아빠는 백인이고, 돌아가신 엄마는 한국계 미국인이에요. 라라 진은 둘 다이고요. 낭만적이고 몽상적인 소녀인 라라 진은 언니, 동생이나 아빠와 함께 집에 있는 걸 좋아합니다. 난로 옆에서 시간을 보내고, 케이크를 굽고, 책을 읽으면서 말이죠. 라라 진은 한국 스타일을 동경하고 특히나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합니다. 음식은 한국계 미국인이, 특히나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 문화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예요. 저는 이 책에서 그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라라 진의 가족들은 보쌈을 즐기고, 요구르트를 마시고, 김치를 먹습니다.
책 속에서
아주 정확히 말하면 이것들은 연애편지가 아니다.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을 때 쓰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작별 편지이다. 이렇게 편지를 쓰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나를 온통 집어삼킬 것 같은 사랑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시리얼을 먹으면서 ‘그 애도 시리얼보다 바나나를 더 좋아할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 노래가 나와도 그 애에게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흥얼흥얼 따라 하면 된다. 사랑이 소유 같은 거라면 내 편지는 일종의 푸닥거리다.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들. 적어도 의도는 그렇다.
_7~8쪽
우리는 ‘송씨네 ...
아주 정확히 말하면 이것들은 연애편지가 아니다.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을 때 쓰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작별 편지이다. 이렇게 편지를 쓰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나를 온통 집어삼킬 것 같은 사랑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시리얼을 먹으면서 ‘그 애도 시리얼보다 바나나를 더 좋아할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 노래가 나와도 그 애에게 불러주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흥얼흥얼 따라 하면 된다. 사랑이 소유 같은 거라면 내 편지는 일종의 푸닥거리다.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들. 적어도 의도는 그렇다.
_7~8쪽
우리는 ‘송씨네 세 자매’다. 원래는 우리 엄마 ‘이브 송’까지 포함해 ‘네 자매’였다. 아빠는 엄마를 ‘에비’라고 불렀고, 우리는 ‘엄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브’라고 불렀다. ‘송’은 엄마의 성이고, 우리 성은 ‘커비’다. 하지만 우리가 ‘커비 자매’가 아니라 ‘송 자매’인 것은 엄마가 늘 자신은 죽을 때까지 ‘송씨네 딸’이라고 했고, 그렇다면 우리도 모두 그래야 한다고 언니가 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미들네임에 ‘송’이 들어갔고, 어쨌거나 다 ‘커비’보다는 ‘송’, 그러니까 백인보다는 한국인처럼 보였다.
_19쪽
만약 피터가 시작에 불과하다면? 만약…… 다른 편지들도 모두 어떤 식으로든 부쳐졌다면? 존 앰브로즈 매클래런, 캠프에서 만났던 케니, 루커스 크라프.
조시 오빠.
맙소사. 조시 오빠.
나는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자 상자를 찾아야 했다. 그 안에 든 편지들을 찾아야 했다.
_95쪽
피터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하려니 통쾌한 생각이 들었다. “피터, 나는 네 가짜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요만큼도 없어. 진짜 여자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피터가 눈을 끔벅했다. “왜 싫어?”
“내 편지 봤잖아. 너는 내 타입이 아냐.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거야.”
“그거야 네가 하기 나름이지. 난 그냥 우리 둘 다를 위해 이러는 거야.” 그러더니 피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어깨 너머를 건너다봤다. 마치 이야기가 지루하다는 듯이. “조시는 분명히 믿던 걸?”
그 순간 나는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말했다. “알았어. 그러기로 하자.”
_137쪽
“너 지금 마시는 거, 그거 뭔지 모르겠지만 나도 한 모금만 줘라.”
“거의 다 마셨으니까, 오빠가 다 마셔.” 키티가 말했다.
키티가 요구르트를 건네주자 피터는 탈탈 털어 마셨다. “맛있는데?” 피터가 말했다.
“한국 마트에서 사온 거야. 팩에 들어 있으니까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도시락에 싸 가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어.”
“그거 괜찮다. 라라 진, 내일 아침에는 나도 이거 하나 갖다 주면 안 돼? 봉사료로.”
내가 째려보자 피터가 말했다. “운전 서비스 말이야! 나 참.”
_189쪽
마고 언니였다면 언니는 자기 자신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키티라면 자신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나라면 나는 내 자매들과 아빠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누구에게 속한다는 것, 이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게 지금까지 내가 줄곧 바랐던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로 누군가의 것이 되는 것, 그리고 정말로 누군가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
_229,230쪽
누군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처음에는 하고 싶은 얘기들을 잔뜩 쌓아둔다. 모든 걸 기억해두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건 손바닥에 모래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그 작은 알갱이들은 모두 손을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빈주먹만 꽉 쥐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모든 걸 쌓아두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침내 서로 보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큰 안부만 주고받게 된다. 작은 것들까지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큰 수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만드는 것은 그 작은 것들이다.
_344쪽
“남자애들은 다 그래. 탕 속에서 어여쁜 라라 진 커비를 굴복시키면 자기가 하느님이라도 된 줄 알지. 그냥 얘기해주는 건데, 애당초 피터가 널 만난 유일한 이유는 날 질투나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야. 그 자존심 강한 애가 더 나이 많은 남자애 때문에 내가 저를 찼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지. 피터는 널 ‘이용’한 거야. 그 참에 공짜 섹스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고. 왜냐하면 피터는 날 사랑하니까. 피터는 절대로 다른 여자애를 나만큼 사랑하지 않아.” 내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몰라도 제너비브는 그 표정에 만족한 모양이었다.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_3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