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호라는 이름. 199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6권의 시집을 펴냈고, 그 여섯번째에 스스로 『유고(遺稿)』(문학동네, 2020)라 이름 붙인 시인. 김행숙 시인의 호명을 빌려오자면, 그는 ‘미지의 X’로 향하는 자이면서 미지의 X를 발견하는 자, 그리하여 기어이 스스로 미지의 X가 된 시인이기도 하다. 이토록 밀도 높게 희미한, 가장 난해하면서 가장 투명한, 이 모든 모순 형용을 ...
“지금은 회사원이지만, 누구나 가슴에는 원대한 꿈이 있었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퇴사를 꿈꾼다. 한쪽 주머니에는 사직서를, 반대 주머니에는 로또를 품으며 말이다. 하지만 이 꿈을 가슴속 어딘가에 깊숙이 묻어두고 다시 출근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현재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퇴사의 결심과 이직의 유혹에 흔들리고, 회사를 나간 지인들의 직장인 성공 신화를 들으며 갈등...
채식은 개인적인 취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채식이 우리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으며, 다른 동물들에 대한 존중과 환경적 가치 역시 채식 문화에 담겨 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동물권을 주창하기도 한 헨리 스티븐스 솔트. 그는 《나는 유별나지 않다》에서 채식의 가치를 알려주는 한편, 취향을 넘어 삶의 태도이자 올바른 가치에 관한 결정이라...
개똥밭과 프리지어 꽃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부모님 보호 아래 인생 1막을 무난하게 넘겼지만, 결혼 전후의 2막은 혹독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시기에 행복과 불행 사이를 허우적거렸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 지울 수 있다면 없애버리고 싶은 기억들로 가득했다.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과 그 반대편에서 붉어지는 불행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
인생선배로서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잔소리가 아닌) 편지형식으로 썼다. 삶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의 편지를 참고서처럼 꺼내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할 말이 떠오르는 매순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기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에서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30년 후 혹시라도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 혼자 힘들어하지 않도록 말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인생의 대부분은 일을 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우리의 시간에서 일을 떼어 내기란 어렵다. 삶에서 일을 분리할 수 없다면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느냐이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면 우리의 시간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지만, 일을 부정적인 마음으로 대한다면 많은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진다.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의 저자 김은정은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말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라는 고백을 자주 했는데, 반면에 다독가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글로 표현할 때는 편안하고 적확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정치에 뛰어들며 자의로든 타의로든 여러 곳에 썼던 글들을 간추려 뽑아서 사진과 함께 펴냈던 사진에세이 《문재인의 위로》가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주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 ...
“시를 읽고 쓰는 것은 동심과 추억을 소환하는 자기 주문이다.” 이 책은 마우스 클릭과 터치 하나로 텍스트가 처리되는 디지털 시대와는 역행하는 아날로그적 작업이 요청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연필과 펜, 붓을 잡고 손으로 글씨를 쓰던, 불편하고 수고스러웠던 과거를 일부러 되살리고 싶어 한다. 왜 기껏 발전시킨 현대 문명의 총아들을 외면하고 손으로 쓰고 싶고, 생각에 잠기고 싶으며, 위로를 ...
달팽이가 부럽다는 세대가 말하는 집이란 공간 집을 살 수 없다. 가격이 너무 올라 살 수 없다.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빨라 살 수가 없다. 덩달아 오른 전세금에 신혼집을 마련할 수가 없어 결혼을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서울 시내에 집 한 칸 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우리는 그런 세대다. 날 때부터 집을 이고 사는 달팽이가 부러워질 때가 있다는 세대....
이 책은 오늘도 삶의 버거움에 흔들리면서 벅찬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슬기롭게 잘 지켜내며 살자고 손을 내민다. 담담한 고백과 같은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나를 얼마나 나 자신을 지키며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차가운 세상과 바쁜 일상, 뾰족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내기란 힘들다. 결핍, 열등감, 슬픔, 박탈감 같은 것들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정용준은 200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내가 말하고 있잖아』 『바벨』 『선릉 산책』 등 여덟 권의 소설책을 펴내며, 섬뜩하고 생생한 이미지와 서사, 세계로부터 외따로 떨어진 인물의 섬세한 감정, 문학의 실험적 재미 등 다채롭고 고유한 문학적 궤적을 그려 온 소설가다. 황순원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등 굴지의 문학상 수상 이력은 그가 밟아 온 성실하고 치열한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