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희 시인의 시조는 융기와 침잠을 오가는 삶의 구심력과 원심력을 야무지게 결속하면서 이를 언어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시적 구도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견딤과 치유의 미학을 유감없 이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상처와 희망의 역학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노래함으로써 보다 더 근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 목소리에 는 안태본 지향의 서사가 있으며, 일상에...
누구나 한 번쯤은 생텍쥐페리의 동화 같은 소설 《어린 왕자》를 잊고 지내다, 어른이 되어 문득 다시 읽으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여울 작가는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고 꼭꼭 씹어서,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면아이를 끝내 만났단다. 정여울 작가는 최근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왜 내면아이와 대화해야 할까요? 그 두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 함께 밥을 나눈다는 것은 마주 앉은 상대의 정서적 양식이 되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도 기울여줄 기회이기도 한 거지요. 입맛은 다 달라도 말맛은 거의 비슷하게 느끼게 마련이니까요. 초면이거나 업무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밥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식사 일기인 셈인데 그 사진들이 이 책을 짓는 단초가 됐습니다. 함께 밥을 먹어준 ...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의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대사 중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 이슈가 되었다. 이 말은 누구나 행복해야 하며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언제나 행복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어떠한 역경이 찾아오더라도 스스로 포...
시인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잠들지 못한 것들에 관하여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상황과 감정. 부족한 물질에서의 불안감. 불분명한 미래의 염려. 그리고 사랑. 이 시집은 그 이야기들의 서툰 몸짓과 설익은 감정을 독백으로 담은 책이다 세 권의 산문집 〈지금은 책과 연애중〉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를 펴낸 후 3년 만에 다시 첫시집을 ...
MBTI의 시대다. 처음 만나는 사이는 물론이고,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만나자 마자 MBTI를 묻고는 한다. 물어보기 망설여지는 개인 정보가 아니면서도 상대에 대해 99퍼센트 파악할 수 있고 흥미 있는 대화 주제가 되어주니, 가볍게 이야기하기에도 상대를 깊이 알아가기에도 좋다. MBTI가 유행하며 새롭게 알려진 것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I형, 즉 내향인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그저 밝은...
혼자 있으면 외롭고, 누가 있으면 버겁고… 늘 피로와 우울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 때로는 기대어 쉴 곳이 절실하지만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현실. 그렇게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그 자리에서 빛나는 ‘달’은 무척 반갑다. 책 『어느 날 달이 말해준 것들』은 우리네 인생과 세상을 관통하는 달빛처럼, 잔잔한 위로가 가득 담긴 에세이집이다. 작가의 경험...
여기, 잇습니다--쇠도 글도 삶도! 할말을 잃어서 할말이 너무도 많은 지방×청년×용접 노동자 천현우의 뜨거운 출사표 지방, 청년, 그리고 용접 노동자. 여태껏 우리가 아는 척해왔거나 모르는 척해온 세계로부터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강렬한 작가가 도착했다. 정상 사회의 바깥, 차라리 무법지대에 가까운 인간소외의 장,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 믿어지지 않는 노동의 현장에서 탄생한 작...
정은혜 작가의 사진첩에는 누군가와 포옹하고 있는 장면이 유독 많다. 키 150㎝의 자그마한 그녀가 상대방의 가슴께에 찰싹 달라붙어 안겨 있는 모습은 여느 포옹보다도 정겹고 따스하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입었던 그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품어 안는 따뜻한 포옹이었다. 사람과의 사이에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