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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이상권 장편소설 | 두려움 속에서 숨어야만 했던 원폭 피해자들과 함께 사라져버린 수많은 생명에 대하여-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는 히로시마 피폭 3세대 박선과 그 가족의 이야기! “난 시간여행 가이드, 고선생이라고 해.” 어느 날 갑자기 노란 고양이로 변한 박선은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 | 생리가 늦어 고민인 17살 소녀 박선은 어느 날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노란 고양이가 된 것! 어리둥절한 박선의 앞에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지금 3일 전, 박선 네 시간 속으로 들어와 있어.” ...

  •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08월 12일
  • ISBN 9791167030559
  • 224
  • 143 * 207 * 21 mm /42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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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생리가 늦어 고민인 17살 소녀 박선은 어느 날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노란 고양이가 된 것! 어리둥절한 박선의 앞에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지금 3일 전, 박선 네 시간 속으로 들어와 있어.” 하얀 고양이의 정체는 바로 시간여행 가이드 고선생이었다. 고선생은 자신이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박선을 찾아왔으며, 의뢰인의 부탁대로 박선을 시간여행자로 선택했다는 말을 전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와 건강이 좋지 않은 사촌 동생 신해의 시간 속을 여행하던 박선은 고선생의 존재를 알아챈 신해에게서 이상한 경고를 듣게 된다. “너, 시간여행 가이드를 만나고 있지? 충고하는데, 그 가이드 더 이상 만나지 마. 네가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넌 힘들어질 거야. 어쩌면 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박선은 신해 역시 과거 시간여행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여행을 계속한다. 박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고 선생에게 시간여행을 의뢰한 ‘의뢰인’은 누구인가? 환상적인 시간여행을 통해 뒤따라가는 박선의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고 살았지만 우리 곁에 여전히 존재하는 히로시마 피폭 3세대의 이야기.

목차

어느 날 시간여행 가이드가 찾아왔다
아빠랑 고모가 쌍둥이로 호적에 올라 있다니!
미국에서 온 신해
시간여행 코스는 원하면 바꿀 수 있다
미닫이문 아래 놓여 있던 신발 네 켤레
고모는 왜 프러포즈를 거절했을까?
엄마를 알고 싶어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갔는데
강제 징용 가는 열네 살 소년
지구와 외계 행성이 충돌한 게 아닐까?
몸속에 리틀 보이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할아버지의 그림 속에서 나온 고선생
빡빡머리 시간여행자
에필로그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창작 노트

책 속에서

하얀 고양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시간여행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가이드, 고선생이라고 해.”
“뭐,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들 세상에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분들을 선생이라고 부르는데, 가이드는 제법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말까지 들었으니 고선생이라고 불러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양이는 존댓말은 절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는 뜻이다.
고선생은 박선이 마음껏 상상하게 한 다음 다가와서 꼬리로 몸을 툭 쳤다.
“박선, 난 너에게 시간여행자... 하얀 고양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난 시간여행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가이드, 고선생이라고 해.”
“뭐,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들 세상에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분들을 선생이라고 부르는데, 가이드는 제법 존경받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말까지 들었으니 고선생이라고 불러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양이는 존댓말은 절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냥 친구처럼 지내자는 뜻이다.
고선생은 박선이 마음껏 상상하게 한 다음 다가와서 꼬리로 몸을 툭 쳤다.
“박선, 난 너에게 시간여행자 티켓을 주려고 온 거야. 어떤 의뢰인이 나를 찾아와서, 너를 시간여행자로 선택한 다음 그 티켓을 전해주라고 했어.”
“어떤 의뢰인이라고, 그게 누군데?”
박선은 반쯤 중얼거리고 반쯤은 소리 내어 말했다. 고선생은 허공으로, 자기만이 알고 있는 어떤 세상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건 말할 수 없어. 의뢰인이 비밀로 해달라고 했으니까.” (본문 15~17쪽)

신해가
“너 시간여행 가이드를 만나고 있지?”
하고 물었다. 박선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뭔가 신해의 소중한 물건을 훔치다가 들킨 기분이랄까. 신해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은 탐정처럼 노려보았다.
“그 가이드가 너한테 갔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엄마나 외삼촌한테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박선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신해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
“그리고 충고하는데, 그 가이드 더 이상 만나지 마. 네가 시간여행을 하면 할수록 넌 힘들어질 거야. 어쩌면 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부탁하는 거야. 시간여행 경험자로 서, 네 사촌으로서.”
신해의 목소리는 새벽 한기만큼이나 차갑게 박선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저도 모르게 몸을 옹송그린 박선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신해는 다시 돌아서서 동굴처럼 까만 뒷모습만 보여주고는, 때론 아는 것보다 모르면서 사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라고, 그래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문 56~58쪽)

너, 잠자리 시집보내기 놀이라는 거 알아? 태규를 보면서 그 놀이가 생각났어. 잠자리 꼬리를 자르고 그곳에 보릿대나 풀대를 넣어 날려 보내는 놀이야. 그게 잠자리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놀이 삼는 사람은 잠자리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 그런 모습을 보고 오히려 희열을 느끼거든. 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대에 꿸 때도 목에서 노란 진물이 흐르는데 그게 피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는 거지. 어렸을 때 그런 놀이를 싫어한 나를 아이들은 이상한 눈으로 봤어.
태규를 볼 때 꼭 그걸 보는 느낌이었어. 그간 못 봐서 그렇지 실은 더 심하게 태규를 놀잇감 삼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그러지 말라고, 태규가 싫어하지 않겠냐고 소리 질렀어. 그 후부터야. 쓸데없이 아는 체했다고, 태규가 네 애인이냐고 하며 나를 타깃 삼았어. 내가 학교나 동네 어른들에게 고자질할까 봐 미리 단속하는 건지도 몰라, 일종의 으름장 같은 거지. 그러기만 해봐라, 뭐 이런 식이지. (본문 68쪽)

송치수는 도시락 안에서 젓가락이 흔들릴 때마다 가족들이 떠올랐지만 어찌할 수가 없었다. 송치수보다 어린 티가 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기차가 기척을 하면서 움직이자 그들은 체념하면서 눈을 감거나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나이 든 치들은 아직 볼에 젖살이 남아 있는 아이들을 보고
“전쟁터로 가는 것은 아니니까,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달래주어도 이 갑작스러운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란 너무 힘들었다. 송치수도 턱에다 힘을 주었지만 달리는 기차의 호흡이 빨라질수록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었다.
박선은 강제 징용 가는 것이냐고 고선생한테 물었다. 고선생은 쫑긋 솟은 귀를 옆으로 나란히 눕히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왜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거야? 그럼 혹시 우리 할아버지도 강제 징용을 당한 거야?”
다시금 그 옥상 파라솔 밑으로 돌아온 뒤에도 박선은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물었다. 그래도 고선생은 확실한 말을 하지 않다가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니니? 조금씩 추리하면서 알아가는 것.”
그러다가 신해의 목소리가 들리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본문 114쪽)

마당으로 들어서자 어느 정도 가지치기가 되어 있어 길이 보였다. 더 이상 몸을 작게 만들어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빠가 길을 내놓았다.
별목련나무의 꽃눈은 조금 더 부풀어 올랐고, 더욱 붉어진 단풍나무의 줄기 끝에는 이슬방울이 말갛게 맺혀 있다. 모과나무 둥치는 푸르스름한 빛을 더해가고 마당 수돗가 배나무도 어제와 다르게 꽃눈이 부풀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 하늘과 지붕 사이는 누르면 쑥 들어갈 것 같은 안개로 자욱했다. 나무들이 숨을 쉬며 뿜어내는 기운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상자 안에서 다이어리를 꺼내려다가 통째로 들고 뒤꼍 너럭바위로 향했다. 그런 나를 엄마 아빠가 지긋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런 뒤 베어낸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두텁게 쌓인 낙엽을 긁어내었다. 엄마가 뒤꼍 너럭바위에 파라솔을 펴놓고 의자를 놓았다. 거기서 점심을 먹기도, 엄마가 허리를 펴며 차를 마시기도 할 것이다. 엄마, 아빠가 새삼 고마웠다. 나의 안락한 의자와 파라솔이 되어준 것 같아서. (본문 129~130쪽)

파닥파닥 날개를 치면서 뒹굴고 있는 참새들. 십여 마리의 참새들이 살려달라고 파닥파닥. 대여섯 마리의 물오리들은 무너진 철조망 사이에서 엄마를 부르고 있었고, 왜가리들은 하느님을 부르면서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쓰러졌다. 새들도 신을 찾는구나! 인간은 그들만이 영혼을 갖고 있으며, 당연히 신을 믿는 것도 자기들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박선은 처음으로 그걸 알았다.
“네가 만약 고양이가 아니고 인간이었다면 여기저기 아우성치는 인간들만 보일 거야. 고양이라서 인간들 외에도 다른 것이 보이는 거야. 사실 인간들보다 수천 배 수만 배 많은 다른 생명체들이 죽어갔거든. 그에 비하면 인간들 피해는 별것 아닐 수도 있어.”
고양이와 개들의 시체가 가장 많이 보였고, 너구리와 원숭이로 보이는 것들, 족제비와 토끼로 보이는 것들도 불이 뜯어 먹고 있었다. 물론 인간의 시체들도 보였으나 고양이의 눈으로 보아서 그런지 특별하게 더 끔찍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수많은 동물 사체 중 하나일 뿐. 가령 닭이나 꿩, 까치, 혹은 까마귀 같은 새들, 쥐나 뱀, 개구리, 지렁이 같은 작은 사체들하고 똑같은 무게로 보였을 뿐. (본문 145쪽)

“손님, 머리통이 참 예뻐요. 귀걸이를 하면 훨씬 예쁠 것 같아요.”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미용사라는 직업이 이렇게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일이구나 하면서 나중에 누군가를 위로해주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빡빡머리로, 그런 무방비 상태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박선은 모자 하나 준비하지 못한 채 일을 저질러버린 자기 자신을 타박했다. 박선은 도움을 요청하듯 하늘만 보았다. 그렇게 나무처럼 서 있었다. 한참 뒤에서야 햇살이 몸속을 어루만지고 있음을 알았다. 빡빡머리로 스며드는 그 따스함에 괜히 눈시울이 울컥했다. 그때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이따가 고모네랑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어디냐고 물었다. 박선이 다음에 보면 안 되냐고 했더니 고모가 내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어 오늘 봤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 어쩌면 오늘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그 모든 것들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박선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본문 200~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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