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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와 야생란

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소설집 | “지나간 시간이 모여 있는 세계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예요. 그곳에서 살아갈 존재들을 기억해줘.” 『트로츠키와 야생란』 속 인물들은 누군가를 ‘기억’한다. 표제작 「트로츠키와 야생란」의 ‘나’는 ‘너’와의 추억이 담긴 러시아에 혼자 도착한다. 과거 그들은 추억의 장... | 빼어난 문학성과 정교한 서사로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이자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작가 이장욱이 네번째 소설집 『트로츠키와 야생란』을 펴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이곳을 떠나 ‘영원’의 세계로 간 이들과 ‘여기’에 남아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하며 떠나간 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 이장욱 지음
  • 창작과비평사
  • 2022년 05월 20일
  • ISBN 9788936438760
  • 300
  • 145 * 210 * 24 mm /50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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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빼어난 문학성과 정교한 서사로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이자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작가 이장욱이 네번째 소설집 『트로츠키와 야생란』을 펴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이곳을 떠나 ‘영원’의 세계로 간 이들과 ‘여기’에 남아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하며 떠나간 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언제나 불가해하지만 단 한번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삶’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끝내 등진 이들과 여전히 “가늘고 긴 줄기에 매달린 잎의 느낌”(「잠수종과 독」)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흩어진다. 뚜렷하게 부재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히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슬프고도 찬연하고,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의 모습은 쓸쓸하지만은 않아 따스하고 뭉클한 위로를 전한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생의 근본에 대해 꾸준한 물음을 던져온 이장욱의 소설세계에 사랑과 농담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한층 더해진 수작이다.

목차

잠수종과 독
귀 이야기
트로츠키와 야생란
●●
유명한 정희
혹자가 말하길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코끼리 고구마 그리고 오조의 발목을 잡은 손들
노보 아모르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작가의 말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다는 경구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만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가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라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저에게는 소설을 쓰는 일이 그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어쩐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소설을 쓰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입니다만…… 어느 밤에는 제 곁에 물끄러미 앉아 있는 죽은 이들을, 곰곰 보듬어보게 됩니다.

(…)

그렇겠습니다. 세상에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다보면 일상사에 바쁘다가도 어이없이 한가해지고, 차가운 마음이다가도 세상 모든 것이 문득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겠습니다.
2022 봄
이장욱

책 속에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일들이 인생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허망한가. 공이 그렇게 중얼거리면 현우는 또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일들에도 실은 우리의 의지와 선택이 들어가 있다고. 우리의 의지와 선택도 실은 세상의 논리가 작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사소한 선택이 의외의 결과를 만드는 데도 실은 온 세상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잠수종과 독」, 10면)

친구여,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어떤 아름다움은 우리를 외부와 단절시킨다는 것을. 어떤 아름다움은 우리를 은둔과 유폐와 고독으로 이끈다는 것을. 그리하여 소거와 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일들이 인생을 이룬다고 생각하면 허망한가. 공이 그렇게 중얼거리면 현우는 또 아니라고 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일들에도 실은 우리의 의지와 선택이 들어가 있다고. 우리의 의지와 선택도 실은 세상의 논리가 작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사소한 선택이 의외의 결과를 만드는 데도 실은 온 세상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잠수종과 독」, 10면)

친구여,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어떤 아름다움은 우리를 외부와 단절시킨다는 것을. 어떤 아름다움은 우리를 은둔과 유폐와 고독으로 이끈다는 것을. 그리하여 소거와 소멸에 닿게 한다는 것을. (「트로츠키와 야생란」, 93면)

당신이 이 목소리를 들을 즈음에는 영영, 우리는 만나지 못할 거야. 내가 당신 앞의 허공에 떠서 당신을 바라보아도 당신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지. 서운해라. 그래도 지나간 시간이 모여 있는 세계가 어딘가에는 있을 거예요. 그 시간들이 다시 돌아올 세계 역시. 그곳에서 살아갈 존재들을 기억해줘. (「●●」, 113면)

하지만 우리가 머리로 안다고 해서 진정으로 자각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를 진실로 깊이 자각한다면, 이 세상은 벌써 천국이 되었거나…… 지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진실로 깊이 자각한다면, 우리의 사랑과 욕망과 자유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진실로 깊이 자각한다면…… 이 세상은 벌써…… (「유명한 정희」, 147면)

인생은 언제나 자신의 방식으로 흘러간다. 누군가에게 인생은 수십수백가지의 다채로운 얼굴로 떠오르고, 누군가에게 인생은 단 하나의 얼굴로 수렴된다. 어느 편이 좋은 것인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겠지만. (「유명한 정희」, 160면)

한 사람의 삶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닮았지. 한 사람의 삶은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을 포함한다. 그것은 아름답고 무서운 일. 사람은 사람들을 닮았고 사람들은 서로를 닮아서 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206면)

하지만 당신이 사라져서 영원이 되어버린 이후에는 모든 게 달라졌어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영원은 사람의 사랑이 아니고 지지고 볶는 마음이 아니고 괴롭거나 우울하거나 즐겁거나 행복한 사랑이 아니니까. 나는 그것이 좋았지만 계속 슬프고 슬퍼서 아무것도 알 수가 없게 되었어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228면)

한번 선이 닿으면 그것으로 인생이 결정된다. 그렇다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버릴 만큼 잠깐이라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코끼리 고구마 그리고 오조의 발목을 잡은 손들」, 2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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