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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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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소설집 | “김숨은 지금까지 한번도 멈춤 없이 꾸준하게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학세계를 만들어온 작가이다.” (제58회 현대문학상 심사평) 이 소설집에서 깊이 집중하는 관계는 ‘가족’이다. 부부의 갈등과 균열을 사회적 층위와 연결 지어 긴장감 있게 그리는 동시에(「그 밤의 경... | * 창비에서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연...

  • 김숨 지음
  • 창비
  • 2022년 01월 21일
  • ISBN 9788936438708
  • 244
  • 128 * 188 * 23 mm /26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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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창비에서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뛰어난 작품성을 입증해온 소설가 김숨. 가족의 의미와 그 관계의 틈을 특유의 강직함으로 집요하게 묘파해냈던 소설집 『국수』를 8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리마스터판은 기존 책에 실린 단편 9편 중 3편을 덜어냈으며, 세심한 손끝으로 문장을 꼼꼼하게 손본 뒤 작품 순서도 다시 배치함으로써 각 작품이 점한 위치와 색깔을 좀더 뚜렷하게 정립했다. 국수처럼 질긴 가족의 인연을 놀라운 디테일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는 가족관계 이면에 깔린 불안한 정서를 다소 비현실적인 색채로 드러내지만 리얼리즘 소설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 성찰의 결과로 가족이 착취의 제도일 뿐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작가는 때로 따듯한 국물에 풀어진 부드러운 국숫발처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기도 한다. 고독으로 인한 내면적 혼란을 겪는 인물들을 다룬 『국수』는 성실하고도 치열한 김숨 소설 미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목차

그 밤의 경숙
국수
옥천 가는 날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막차
구덩이

발문|이병창
새로 쓴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추천사
수록작품 발표지면

작가의 말

묵은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에 그들을 만나러 갔다. 그 밤의 경숙, 마루 한쪽에서 국수 반죽을 빚던 그녀, 골목에서 주운 성경 속 족보를 필사하던 노인, 오리 뼈 고는 냄새가 진동하는 여름밤 누구든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그녀,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옥천을 찾아가던 정숙과 애숙, 그녀, 그…… 수년 전 어느 낮의 시간에 혹은 어느 밤의 시간에 혹은 낮도 밤도 아닌 시간에 박제돼 고정불변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반복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아이처럼 울먹였다. 수년 전 그들을 생생히 만났을 때보다 그들의 인생이 더 깊이 들여다보여서였다. 그들의 슬픔도, 불안도, 고통도……
내 뒤늦은 울먹임이 그들을 위안하는 기도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국수』를 다시 펴낸다.
초판을 낼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병창 선생님의 발문 제목 ‘뿌리 뽑힌 자들의 비명’을 읽고 그것이 어떤 예견이었음을 깨닫고 놀랐다. 이병창 선생님께 새삼 감사를 올린다.
뒤돌아보는 시간을 보냈으니, 나는 다시 앞을 응시하며 나로부터 좀 멀리 떠났다 돌아와야겠다.

2022년 1월

책 속에서

반죽에 찰기가 붙으며 한덩이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차지게 맺힌 응어리와 한바탕 씨름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괜한 오기까지 뻗치는 게,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내 손가락들이 악착같이 달려들고 매달릴수록 양푼 속 응어리는 더 차져집니다. 그런데요…… 응어리와 달리 내 안의 뭔가가 풀리는 것만 같은 게…… 뭉치고 맺힌 뭔가가…… 응어리라고밖에는 별달리 표현을 못하겠는 그 뭔가가 부드럽게…… 반죽의 시간이 당신에게 가슴속 응어리를 달래고 푸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국수」 56면)

“언니, 엄마는 옥천이 뭐... 반죽에 찰기가 붙으며 한덩이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차지게 맺힌 응어리와 한바탕 씨름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괜한 오기까지 뻗치는 게,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내 손가락들이 악착같이 달려들고 매달릴수록 양푼 속 응어리는 더 차져집니다. 그런데요…… 응어리와 달리 내 안의 뭔가가 풀리는 것만 같은 게…… 뭉치고 맺힌 뭔가가…… 응어리라고밖에는 별달리 표현을 못하겠는 그 뭔가가 부드럽게…… 반죽의 시간이 당신에게 가슴속 응어리를 달래고 푸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국수」 56면)

“언니, 엄마는 옥천이 뭐가 그리 좋아서 그렇게나 가고 싶어했을까?” 애숙은 스스로에게 묻듯 나직이 중얼거렸다.
“옥천 말고 갈 데도, 떠오르는 데도 없었나보지, 옥천 말고는……”
“엄마…… 옥천 가니까 좋으세요?” 애숙이 보채듯 물었지만 어머니는 역시나 아무 말이 없었다. “옥천 가니까 좋으시냐구요?”
“엄마, 애숙이가 묻잖아요. 옥천 가니까 좋으시냐고……”
정숙과 애숙의 입이 다물리며 그녀들의 고개가 서로 다른 곳을 향했다. 차들이 밀물처럼 몰리는 톨게이트를 통과해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까지 그녀들은 그렇게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낯모르는 승객들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옥천 가는 날」 93~94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서인지, 그녀는 다른 이들은 여느 날 밤처럼 아무렇지 않게 집에 돌아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거실 창문 너머 앞 빌라를 살폈다. 창틀 너머로 손을 뻗으면 벽에 손끝이 닿을 듯 가까운 신축 4층 빌라에는 열여섯개의 창문이 있었는데, 불을 밝힌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다들 돌아와 벌써 잠자리에 든 것인지, 아니면 다들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 138~39면)

땅이 흔들렸어…… 전날 돼지 천오백여마리를 구덩이에 파묻고 마무리 작업을 얼추 끝냈을 때였다. 굴착기에서 내려와 두 발을 내딛던 그는 매몰지 일대 땅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착각이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혼자만 느낀 게 아니었다. 가까이 있던 유령 둘이 자기들끼리 나직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그에게 들려왔던 것이다.
“돼지들이 몸부림을 치는군……”
유령 하나가 매몰지 한가운데 경고 푯말을 세우고 있었다. 그 유령 너머 서쪽 산 너머 낮게 내려앉아 있던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핏빛은 점점 짙어지고 탁해지며 땅으로 깔려왔다.
나는 구덩이만 팔 뿐이야…… 그 구덩이에 뭘 묻든 내가 알 바 아니야…… (「구덩이」 199~20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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